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이주사목위원회 MIGRANT PASTORAL COM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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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101차 세계 이민의 날 교황 담화
관리자 ㅣ 2015-10-16 ㅣ 1426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15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모든 이의 어머니, 국경 없는 교회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탁월한 복음 선포자이시며 복음 자체”(「복음의 기쁨」, 209항)이십니다. 가장 취약하고 소외받는 이들을 향한 예수님의 특별한 배려는 우리 모두 가장 약한 이들을 보살피고, 특히 새로운 형태의 빈곤과 노예살이의 피해자들 안에서 예수님의 고통 받으시는 얼굴을 알아보도록 초대합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5-36). 그러므로 지상의 나그네이며 모든 이의 어머니인 교회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것, 특히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 안에 계신 그분을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분명 어려운 생활 조건과 온갖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이민과 난민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세계 이민의 날의 주제로 모든 이의 어머니, 국경 없는 교회를 선택하였습니다.


사실 교회는 아무런 차별과 제한 없이 모든 민족들을 두 팔 벌려 환대하여 모든 이에게 “하느님은 사랑”(1요한 4,8.16)이시라고 선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에게 당신의 증인이 되고 기쁨과 자비의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맡기셨습니다. 오순절에 제자들은 용기와 열의로 가득 차서 위층 방을 떠났습니다. 성령의 힘은 제자들이 의심과 불안을 떨쳐내도록 해 주었고, 그들의 설교를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이해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와 같이 교회는 처음부터 온 세상에 마음이 활짝 열려 있는 어머니였고, 경계를 두지 않았습니다. 이 사명은 이천년 동안이나 지속되어왔습니다. 이미 초세기에 선교적 선포는 교회의 보편적 모성을 강조하였고, 이 보편적 모성의 개념은 교부들의 저서에서 발전되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재조명되었습니다. 공의회 교부들은 어머니인 교회(Ecclesia mater)에 대하여 말하면서 교회의 본성을 설명하였습니다. 교회는 자녀를 낳았고, “이미 자기 자녀가 된 그들을 사랑과 배려로 감싸 안습니다”(교회 헌장 14항).


모든 이의 어머니인 국경 없는 교회는 세상에 환대와 연대의 문화를 전파합니다. 이 문화 안에서는 그 누구도 쓸모없거나 성가신 존재, 또는 쓰고 버리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그 모성애를 참되게 실천할 때 사람들을 기르고 인도하며 길을 알려주고, 끈기 있게 동행하며 기도와 자선으로 그들의 이웃이 됩니다.


오늘날 이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사실 이러한 대규모의 이주가 일어나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뒤로하고 동경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가방을 들고 더욱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찾아 위험하지만 희망에 찬 여행을 나섭니다. 그러나 종종 이러한 이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조차 이민의 삶, 그들의 박해와 비참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의심과 적대감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의심과 편견은, 도움이 필요한 이방인들을 존중과 연대로 환대하라는 성경의 계명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한편 우리 양심에서 인간의 고통을 어루만지라는 부르심, 곧 예수님께서 당신을 이방인과 고통을 겪는 이, 폭력과 착취의 무고한 모든 피해자와 동일시하시며 우리에게 남겨주신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라는 부르심을 듣습니다. 그러나 인간 본성이 지닌 나약함 때문에 “우리는 주님의 상처들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유혹을 받습니다”(「복음의 기쁨」, 270항).


믿음과 희망과 사랑에서 나온 용기는 우리가 인간의 비참에서 멀어진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이민과 난민, 강제 이주민과 망명자들에게서 당신을 알아 뵙기를 언제나 기다리고 계십니다. 또한 그렇게 하여 우리가 우리의 자원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때로는 우리가 누려온 안락한 삶을 어느 정도 포기하기를 요구하십니다. 바오로 6세 교황님은 이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남보다 잘사는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남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자기 권리를 어느 정도 너그럽게 양보해야 합니다”(「팔십주년」, 23항).


다문화의 특징을 지닌 현대 사회에서 교회는 연대와 친교와 복음화에 새롭게 헌신을 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주는 사람들과 문화들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장하는 데에 필요한 가치들을 더욱 심화하고 강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를 위하여 출신과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공존하도록 해 주는 단순한 관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에 덧붙여 교회의 사명은 국경을 초월하고 “방어와 두려움, 무관심과 소외의 태도에서 벗어나 …… ‘만남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태도로 나아가”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만남의 문화만이 더 나은 세상, 더욱 정의롭고 형제적인 세상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2014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그런데 이주의 규모가 너무 커져 국가들과 국제기관들 사이의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협력만이 이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주는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이주 현상의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문제를 파생시키며, 국내와 국제 공동체에 극적인 도전을 제기하기 때문입니다”(「진리 안의 사랑」, 62항).


국제적 차원에서 이주 현상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 합목적성과 방법과 법 규정에 관한 논의가 자주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차원에서 이주를 통하여 더 나은 삶을 찾는 이들을 돕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기관과 기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칭찬받을 만한 아낌없는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더욱 과감하고 효과적인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 활동은 모든 인간의 존엄과 중심성을 지키는 것에 바탕을 둔 보편적 협력망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파렴치하고 조직적인 인신매매와 기본권 침해, 그리고 온갖 형태의 폭력과 억압과 노예살이에 맞서 훨씬 효과적으로 싸우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협력하기 위해서는 상호성과 공조, 개방성과 신뢰가 필요하며, 다음과 같은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곧, “그 어느 나라도 이 현상과 관련된 어려움들에 홀로 맞설 수 없습니다. 이 현상이 오늘날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들고나는 이민의 이중적 움직임 속에 모든 대륙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2014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


이주 현상의 세계화에 맞서, 이민들의 처지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도록 사랑과 협력의 세계화로 응답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종종 서로 맞물려 있는 전쟁과 기근으로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인들을 차츰 없애는 여건 조성을 위하여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민과 난민을 향한 연대에 덧붙여, 세계적 차원에서 더욱 정당하고 공정한 경제 질서와 금융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용기와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평화를 위하여 더욱 헌신해야 하며, 이는 모든 진정한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사랑하는 이민과 난민 여러분! 여러분은 교회의 마음 안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교회가 넓은 마음으로 온 인류 가족을 향한 모성애를 드러내도록 돕고 있습니다. 신뢰와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이집트로 피신한 성가정을 생각해 봅시다. 성모님의 마음과 요셉 성인의 세심하게 돌보는 마음이 하느님께서 결코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을 간직했던 것처럼, 여러분 안에도 그와 똑같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결코 사그라지지 않기를 빕니다. 여러분을 성모님과 요셉 성인의 보호에 맡겨드리며 진심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교황 강복을 보내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4년 9월 3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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