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안 신부 선종 10주기 추모 기획연재 5 관리자 ㅣ 2020-11-09 ㅣ 7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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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안 신부님을 기억하며
까봉팀을 맡으시고 1년 뒤쯤 암이 재발하셔서 투병하시는 1년 동안 팀 회합이 중단된 적도 있었습니다.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그때 흩어졌던 팀원들을 불러 모으셔서 다시 동반해 주신 후부터 2010년 11월까지. 신부님께서는 그렇게 7년을 우리와 함께해 주셨습니다. 회합이 끝나고 나면 신부님께서 항상 밥을 사주셨습니다. 하루는 노동사목회관 7층 사제관 주방에서 라면을 끓여 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날 회합에 참여한 청년 3명과 신부님, 4인분이면 충분했는데 라면 5개에 달걀 4개를 풀어 끓여주셨어요. 정말 배불리 먹었는데 달걀 풀린 ‘라면숩(soup)’도 마저 먹으라며 계속 그릇을 채워주시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각납니다. 도 신부님께서는 아직 편찮으신 가운데 팀 회합을 동반해 주시면서 중간중간 당신의 몸 상태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셨습니다. 평생을 봉사하시고 활발하게 살아오시다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 폐렴에 걸리시기까지 하셨는데, 하고 싶은 일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누워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시면서도, 신장 투석과 물리치료를 다니시며 병원에서 만난 청년들 얘기를 들려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든 만날 사람들은 있다며 웃으셨어요. 신부님은 늘 긍정적이시고 겸손하시고 사랑이 많으셨습니다. 어느 날 회합이 끝나고 나서 집에 가려는데 신부님께서 그날 작별 인사로 “먼 곳에서부터 이 병든 노인을 만나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셨어요. 한 달에 한 번뿐인 회합이지만 가끔 오기 싫을 때도 있어 늘 기쁜 마음으로 오는 게 아닌데,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죄송한 마음에 코끝이 찡했습니다. 신부님은 정말 멋진 동반자셨습니다. 팀 회합 도중 말문이 막히거나 판단이 잘 안 될 때, 헤매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시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시고, 신앙인으로서 필요한 지혜를 주셨습니다. 주변 상황에 마음과 몸이 힘들 때는 오래전 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기억하면서 이겨낼 때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우리 의지대로 바꾸려고 하지 마라. 우리는 남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자신만은 바꿀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 보아라.”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십시오.”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한 적이 있는가? 전혀 어려운 게 아니다. 오! 주님! 그 돌대가리 같은 사람에게 센스를 베풀어 주소서! 아멘! 이런 식으로라도 하면 된다.”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몸만 다 큰 저희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 신부님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들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끝으로 2010년 11월 회합 수첩에 적혀있는 도 신부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늙은이가 청년을 너무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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