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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차별금지법·미디어책임법’…세계 각국이 혐오·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은?
관리자 ㅣ 2019-03-29 ㅣ 33

“그동안 저는 난민 수천명을 봐왔습니다. 이에 견주면 한국에 온 예멘 난민 500명은 그렇게 큰 숫자가 아닙니다. 예멘 난민 500여명이 입국하자 한국 사회는 흔들렸습니다. 한국은 예멘 난민 500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예멘 난민은 전혀 다른 언어를 쓰고 문화를 지닌 완전한 이방인이었습니다.”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서울사무소 대표 대행)


프랭크 레무스 유엔난민기구 서울사무소 대표 대행이 지난해 9월 부임할 즈음 제주도에는 예멘 난민 500여명이 입국했다. 레무스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레무스 대표는 혐오·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 도민들은 난민 지원에 직접 참여하면서 ‘예멘 난민도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나 성범죄자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며 “태도는 그런 깨달음에서부터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27일 낮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혐오·차별 대응 주한대사 및 유엔기구 대표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프랑스·핀란드·스위스 등 각국 주한대사 9명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대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유엔난민기구 서울사무소 대표 등이 참석해 각국의 혐오·차별 대응책을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혐오·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교육을 강조했다. 에로 수오미넨 주한핀란드대사는 “2016년 가을에 개정된 핀란드 학교의 공식 커리큘럼에는 성평등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차별받지 않도록 교육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혐오·차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혐오·차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들이 자라나면서 증오표현에 맞서 스스로 변호 및 보호하는 권리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비앙 페논 주한프랑스대사도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증오·차별 금지 교육을 실시하고, 혐오·차별에 대응해 활동하는 시민 사회를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한 업무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리누스 폰 카스텔무르 주한스위스대사는 “차별,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 불관용 해소가 전 세계 모든 학교와 대학의 핵심적 의무가 돼야 한다. 어떤 곳에서도 관용, 비차별이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혐오·차별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는 “스웨덴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개인의 태도나 가치를 처벌하기 위한 형법이 아니다. 이 차별금지법은 만약 어떤 차별 행위가 발생하면 그 차별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행위로부터 각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스웨덴에는 어떤 범죄든 증오를 기반으로 한 범죄에 대해선 엄중하게 가중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그라피티의 경우에도 만약 가해자가 특정 요소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고 그 태도가 동기가 됐으면 증오범죄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대사는 “1993년 이후 뉴질랜드는 인종, 종교, 성적지향, 결혼 유무, 나이, 가족지위, 고용에 기반한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혐오·차별을 막기 위해 강력한 법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횡행하는 혐오 발언에 대한 문제제기도 연이어 나왔다. 프로데 술베르그 주한노르웨이 대사는 “노르웨이에서는 온라인 댓글에서의 증오표현도 증오범죄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미디어책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 법은 온라인상에서 언론매체나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규명해 온라인상 증오표현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EU대표부대사는 “2016년 온라인 불법 증오 표현 근절을 위한 행동강령을 체결했는데, 이 행동강령을 체결한 아이티(IT)기업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이용자가 폭력이나 증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게시하지 못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터러 대사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러한 기업들은 실제로 온라인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직원 수를 늘려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의 89%를 24시간 내에 평가해 이중 70%를 삭제하고 있다. 그는 이어 “한국처럼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 많이 할애하는 나라에는 이러한 조치를 권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월 혐오·차별 업무를 전담하는 ‘혐오차별대응기획단’을 위원장 직속 부서로 설립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시민사회단체·종교계·학계·법조계·사회적 소수자 등 각계를 대표하는 25명이 모여 ‘혐오차별대응특별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최 위원장은 “요 근래 한국사회는 혐오와 차별이 확산되는 격동의 시기에 있다”며 “혐오는 무엇보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고 그들의 삶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지 못함으로써 모두의 고통이 될 것”고 밝혔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출처 : 2019.3.27 한겨레신문

*해당원본글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76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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