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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건보·신분증 없는 난민·이주노동자, 공적마스크 소외 ‘방역 구멍’
관리자 ㅣ 2020-03-16 ㅣ 187

2018년 한국에 와 난민 신청을 하고 2년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ㄱ씨는 요즘 자신의 신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매일 휴대전화를 통해 생년월일 기준으로 약국에서 닷새에 한 번 마스크를 2개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지만, 그는 정작 마스크를 살 수 없다. 공적 마스크 구매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이다. ㄱ씨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직장에서도 해고된 상태여서 집세와 공과금을 지불할 돈도 없는 상태다. ㄱ씨는 “아이에게 줄 면 마스크를 사서 세탁해서 쓰고 있는데, 이 면 마스크가 아이를 잘 보호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는 “난민들이 정책에서 아예 자신들이 배제돼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심리적 박탈감이 큰 상태다. 취약층 배려에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필리핀에서 여행 비자로 한국에 와 경기도 포천의 한 플라스틱 사출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노동에 월급 170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존(가명·40)도 비슷한 처지다. 그는 <한겨레>에 “리얼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면 마스크가 아니라 방역 마스크를 일컫는다. 존의 공장에선 노동자들에게 따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 별수 없이 동네 구멍가게에서 3천원씩 주고 면 마스크를 사서 일주일에 한 번씩 빨아서 쓴다. 2006년 역시 필리핀에서 한국에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 마리엘(가명·51)도 방역 마스크를 살 수 없다.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뒤 약국에 갔지만, 외국인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마리엘에게 마스크를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 9일부터 정부가 공적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주민등록증이나 외국인등록증 등으로 자신의 신분을 입증할 수 없는 난민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마스크 구매에서 소외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에 체류 중인 시리아 출신 난민 신청자 ㄴ씨도 건강보험이 없어 공적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등산 방한용 천 마스크를 구입해 코와 입 주변에 두른 채 지내고 있다. 식당에 가거나 한국 친구들을 만날 때는 부득이하게 한달 전 구입한 방역 마스크 하나를 빨아서 쓰고 있다. ㄴ씨는 “현 정부가 건강보험이 없는 난민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면 좋겠다”며 “지금은 심각한 전염병과 관련한 인도주의적 요구라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등록된 외국인 체류자 역시 건강보험에 가입된 이들에게만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방역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등록 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39만여명에 이르고, 난민 신청자는 2만~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체류자 250만명 가운데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은 125만명 정도다.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체류자 67만명이나 외국인 유학생 10만명은 마스크를 살 수 없다. 게다가 사업자등록을 따로 하지 않는 농장 등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이들이 많다. 고기복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는 “의무적으로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했다가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 1회분 정도만 납입한 뒤 못 내는 이주노동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불평등할수록, 방역망에서 배제된 사람이 있을수록 감염병에 취약한 사회가 된다”며 “감염병이 일어났을 때 가장 약한 사람을 지키는 게 사회 전체를 지키는 일이다. 주민자치센터나 지역 내 외국인센터 등에서 마스크를 무료 배급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출처 : 2020.3.13 한겨레신문

*해당원본글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324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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