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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사각지대에 방치된 ‘농업인 재해’](상)이주노동자들 “농업인안전보험이 뭐예요?”…가입률 1.4% 그쳐
관리자 ㅣ 2020-09-15 ㅣ 22

사람 구하기가 힘든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계절노동자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자 농촌에서 인력난이 생긴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렇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이들의 건강권은 ‘사각지대 중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네팔 이주노동자 A씨(39)는 2013년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고 입국해 경기 포천의 한 채소 농장에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농장 한 귀퉁이에 있는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며 고된 노동을 반복했다.

비닐하우스가 100개에 육박할 정도로 큰 농장이었지만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고작 3명이었다. 사고·질병의 요인이 되는 장시간 노동은 일상이 됐다.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하루에 12시간을 꼬박 일해야 했다. 봄, 여름 등 농사일이 바쁜 시기에는 휴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근로시간·휴일 등 근로기준법상 규제가 농촌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동뿐 아니라 지속적인 농약 노출도 A씨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농장주는 이주노동자 3명 중 일솜씨가 좋은 A씨에게 농약 작업을 주로 맡겼다. 농약 보호구 중 하나인 방독마스크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자비로 면 마스크를 사서 썼다. A씨는 “날마다 하우스 안에서 농약 뿌리는 일을 해야 했다. 냄새가 심해 머리가 아팠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는 4년10개월간 한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면 3개월 동안 출국한 이후 재입국해 같은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다. ‘성실 근로자 재입국 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의 적용을 받은 A씨는 잠시 네팔로 돌아갔다가 2018년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농장의 작업환경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A씨는 사업장 이동을 농장주에게 끊임없이 요구한 끝에 영남 지역의 한 축산농가로 옮길 수 있었다.



네팔에서 결혼한 A씨는 아직 아이가 없다. A씨는 지난 5월 병원을 찾았는데 무정자증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 ‘아기 씨’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A씨는 자신의 무정자증이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 일했던 농장이 농업법인이 아니고 상시 노동자 5인 미만 농업 사업장이라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90일(C-4 비자) 혹은 5개월(E-8 비자·올해 시행) 동안 농촌서 일하는 계절노동자(지난해 기준 3497명)의 경우 노동자 수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산재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5월 기준 비전문취업비자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3만210명이다. 그간 1~4인 사업장에서 일한 농촌 이주노동자 비율이 30% 안팎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9000명가량이 산재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농업인은 부족하나마 산재보험을 대신하는 농업인안전보험에 65%가량 가입해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경우 가입률이 약 1.4%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농업인안전보험에 가입한 농촌 이주노동자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12명뿐이었다. A씨도 농업인안전보험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주노동자 상담·지원 활동을 해온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제가 상담한 이주노동자 중 알고 가입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농업법인이거나 상시 노동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라 해도 산재 제도·신청 방법을 모르거나 사업주가 협조하지 않아 산재 신청을 못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 것도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인 김달성 목사는 “사고나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작업환경이라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이동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위험해도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권동희 노무사는 “이주노동자가 산재를 당하면 사용자의 허가 없이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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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2020.9. 경향신문

*해당원본글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9080600015&code=9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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