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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난민은 세금 축내는 범죄자? 예멘 난민 3년, 제주는 평온하다
관리자 ㅣ 2021-07-30 ㅣ 98

코로나 발(發) 위기에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전 세계서 확산하고 있다. 인종차별, 경제난 등과 겹친 제노포비아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작 2018년 예멘 난민 이주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제주도는 조용하다. 3년 전 예방 주사를 맞았기 때문일까.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제주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난민 혐오의 근거와 대안을 따져봤다.


'GDP 차별주의', 난민 혐오에 깔려있다

한국에서 외국인 혐오하면 주로 중국인·중국 동포나 일본인 같은 이웃 국가를 떠올린다.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국가 출신을 혐오하는 이른바 'GDP 차별주의'다.
'외국인들은 GDP 순서대로 서열화된다. 영미권 백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호의를 받으며 산다. 정책적으로 비자도 쉽게 취득하며 체류 기간도 길다. 영주권 취득도 쉽고, 직업 선택과 직장 이전의 자유도 누린다. 그러나 이주 노동자들은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한다.' (박민영 작가 책 『지금, 또 혐오하셨네요』 중)
2018년 여름, 내전을 피하려는 예멘 난민 561명이 제주도에 발을 디뎠을 때도 그랬다. 한국 사회가 보인 반응은 이슬람 혐오와 결합한 GDP 차별주의였다. "예멘 난민 1인당 138만원의 세금이 지급됐다", "그들 대부분은 가짜 난민이다" 같은 '무임승차론'이 퍼졌다. 일각에선 난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날을 세웠다.

대부분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난민 심사를 받는 최장 6개월 동안 지원금을 받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난민이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가구원에 따라 금액도 달랐다. 1인 가구엔 43만2900원, 5인 가구일 때만 138만6900원이 지급됐다.

예멘 난민 B씨(30)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난민은 거의 없었다"면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식당에서 설거지도 하고, 요리도 하고, 무를 세척하는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밝혔다.


난민 유입에 범죄율 급증? 유럽선 하락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뜩잖은 건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992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 협약에 가입했다. 하지만 '최초' 타이틀이 무색하게 난민 심사는 까다로운 편이다. 인정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법무부 '2020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심사가 완료된 난민 신청 6766건 중 1%(69명)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인도적 체류 허가도 155명에 그쳤다.

까다로운 심사 정책은 자연스레 '난민은 위험하고 통제가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준다. 특별취재팀이 지난 5월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의 혐오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59.5%가 '난민 유입 이후 유럽 주요국 범죄율이 올라갔다'는 명제가 사실이라고 답했다. 부정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 혐오가 선명한 것이다.

한국에 앞서 난민을 받아들인 유럽의 범죄율은 정말 높아졌을까. 통계 수치는 인식 조사 결과와 달랐다. 유럽은 2015년 즈음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서 난민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범죄율이 크게 오르기보단 오히려 떨어졌다. 유럽연합통계청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의 2018년 강도 건수(경찰 신고 기준)는 2012년 대비 34% 떨어졌다. 고의적인 살인 사건도 2018년 27개국에서 3993건이 발생해 10년 새 30% 가량 감소했다. 난민 증가와 범죄율 급증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셈이다.

예멘 난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도 관계자는 "난민과 관련된 어떠한 사건·사고도 들어본 적이 없다. 주민들로부터 문제가 있다거나 불만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 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주 보니 난민 이해…국내 성장 기여할 것"

"난민들이 한국어 교실에 가니 처음엔 자원봉사자들이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여러 번 만나고 얘기하고 나니 그들을 이해하고 친해지더라고요. 사람을 직접 만나야 생각이 바뀐다는 걸 느꼈죠." 제주도민과 예멘 난민, 둘을 모두 봐 온 연우씨의 말이다. 난민을 자주 접하고 소통한다면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제주 주민 강모(28)씨도 "처음엔 난민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3년이나 지났는지 몰랐을 정도로 지역 사회에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농어촌에 일손이 부족한데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멘 난민을 통해 한국 사회가 경험치를 쌓은 것일까. 지난해 12월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한국인의 난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 수용 의견이 33%였다. 앞서 예멘 난민 논란 당시 여론조사에선 같은 답변이 24%였다. 2년 만에 9%포인트 오른 것이다. 아직 부정적 의견이 다수지만,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중국 동포, 난민 등을 우리가 베풀 대상이 아니라 새로 유입되는 인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국내 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주자나 난민의 노동력이 있어야 하는 국가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낮다고 입증된 난민 범죄율 때문에 난민을 반대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도 다문화라는 세계적 트렌드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라며 "혐오 대상인 이들이 없으면 당장 우리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경제적, 사회적으로 우리의 공백을 채워주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출처 : 2021.07.27 중앙일보

*해당원본글 : https://news.joins.com/article/2411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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