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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다문화’는 없고 차별만 있다
관리자 ㅣ 2021-11-16 ㅣ 42

한국에는 다문화가 없다

한국에 다문화가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한국에 이미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살고 있고, 이웃에 다문화 가정이 30만 살고 있으며 다문화 자녀 15만 명이 학교에 다니고, 우리는 안산과 대림동 등지의 다문화 거리에서 외국 음식을 먹고 있지 않은가? 정부 역시 다문화주의를 표방하고 수많은 다문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다문화만큼 한국의 현실을 왜곡하는 단어는 없다. 이제라도 다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서로 다른 여러 문화와 민족을 뜻하는 다문화는 한국에서 크게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먼저 다문화는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의 줄임말이다. 다문화주의는 간단히 말해 서로 다른 문화 혹은 민족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회에서 서로 공존을 추구하는 이념을 가리킨다. 그런데 과연 우리 정부는 다문화주의를 지향하고 다문화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을까? 실제로 정부는 단 한 번도 다문화주의적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 정부의 이민정책은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제외하고 다른 외국인에 대해 원칙적으로 영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같은 민족이나, 결혼을 통해 맺어진 혈연을 제외하고 다른 문화, 민족, 인종을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예외적으로 해외 ‘우수인력’에 대해서만 정착을 지원하지만, 그 수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에 있는 이주민에 대한 제도 역시 이주민과 이들이 가진 문화의 공존을 추구한 적이 없다. 이주민 지원은 다문화 가족, 즉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정에 집중되어 있는데, 대부분 정착이나 자녀 보육과 같이 복지 차원의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은 한국어나 한국 사회문화 교육에 집중된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주의적이라기보다는 이주민들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고 한국 문화에 흡수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다. 한국 사회는 다문화(주의) 사회하고는 거리가 멀다.

다문화라는 수식어는 2000년대 초반 국제결혼 가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완화할 목적으로 시민단체가 다문화 가족이라는 말을 처음 제안했고, 2000년대 중반 정부에서 채택하면서 널리 사용되었다. 그러나 정작 다문화 가족이라는 말은 서구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신조어다. 다양한 문화의 병존을 뜻하는 다문화는 사람을 지칭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결혼 가족 대다수는 한국의 생활방식과 문화에 따라 살아간다. 국제결혼 가족은 다민족 혹은 다인종 가족으로 정의해야 옳다. 다문화 자녀 역시 다민족(인종) 가족 자녀가 맞는 말이다.


‘다문화’는 배제와 차별의 용어로 작동할 뿐이다

다문화 가족을 넘어서 다문화는 한국에서 이주민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심지어 21세기 한국을 표상하는 단어로 다문화가 주저 없이 꼽힌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다문화 사회, 다문화 거리, 다문화 배경, 다문화 인식, 다문화 수용성을 사용한다. 그러나 다문화주의가 없는 한국의 다문화는 여러 문화가 아니라 오직 타 문화, 타민족, 타 인종을 가리킬 뿐이다.

다문화는 이주민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채택된 말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은 이주민을 차별하고 조롱하는 언어가 되었다. 학교에서 다문화 배경, 다문화 자녀, 다문화 청소년은 다민족 가정이나 외국인 가정의 자녀를 비하하는 말이 된 지 오래다. 학교뿐인가. 다문화 가족은 가난하고 복지 예산을 축내는 가정으로, 다문화 사회는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운 외국인의 천국으로, 다문화 거리는 더럽고 위험한 외국인의 거리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된다. 다문화는 다른 민족과 문화의 공존이 아닌 배척의 상징이다.

글로벌 가정과 다문화 가정?

다문화라는 말이 더욱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문화가 다른 문화와 민족을 차별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과 유럽의 백인과 서구문화를 다문화라 부르지 않는다. 다문화는 우리보다 경제적, 문화적으로 열등하고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시아 사람과 문화를 상징한다. 대중매체는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동남아 출신 배우자를 둔 가족을 다문화 가족이라고 부르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서구 출신 배우자를 둔 가정을 글로벌 가족으로 지칭한다. TV에서 다문화 가정은 가족끼리 다투고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들로 묘사되지만, 글로벌 가정은 화목하고 트렌디한 문화를 누리는 장면들로 채워진다. 다문화는 결국 백인과 유색 인종, 서구와 아시아를 차별하는 인종차별적 수식어가 되어 버렸다.

한국에 다문화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단일 문화를 고수하고 이주민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다. 다문화는 타문화와의 공존이 아니라 타문화의 배제를 상징한다. 결국 다문화는 우리의 현실을 덮고 있는 예쁜 무늬의 포장지일 뿐이다. 이제는 벗겨내야 할 때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출처 : 2021.11.16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해당원본글 :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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