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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편견과 폭력에 노출된 채 가족부양 도구 취급받는 결혼이주여성
관리자 ㅣ 2022-07-20 ㅣ 161

결혼이주여성에는 소홀한 다문화 정책

지난해 한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를 추진하려던 일이 있었다. 시민사회의 거센 항의로 해당 지자체는 곧바로 사업을 철회했다. 이 일은 그저 한 지자체의 실수로 인한 해프닝으로 여겨졌다. 그렇지만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직도 20여 개 지자체에서는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을 지원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국제결혼을 통한 외국인의 이주가 본격화된 지 20여 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결혼이주민을 아시아 개발도상국 출신의 순종적인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다문화라는 용어가 시작된 것은 국제결혼 가정을 다문화 가정으로 지칭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만큼 한국인과 외국인 배우자 가정은 국내 다문화 사회의 상징이다. 실제로 2020년 현재 결혼이주민은 약 36만 명이고 이들 가정의 자녀는 약 26만 명에 달한다. 국제결혼은 2005년 한 해 약 4만 건까지 증가했지만, 무분별한 국제결혼에 따라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에도 약 1만여 건 정도의 국제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상당 부분 다문화 가정과 자녀의 지원에 쏠려 있다. 심지어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과하다는 내국인의 불만이 들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다문화 가정을 이루는 결혼이주민 당사자, 특히 결혼이주민의 대부분을 이루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정부와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한 독립적인 시민이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는 도구로 전락한 결혼이주여성

결혼이주여성을 대하는 정부와 사회의 태도는 이들을 하나의 독립적인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고 가족을 부양하고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다문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만 취급한다. 나아가 이들에게는 전통적인 가족 관념에 따른 여성 배우자의 역할만을 강요한다. 결혼이주여성을 향한 전근대적인 인식은 이들의 출신 배경과 맞물려 강화되어 왔다. TV예능에 등장하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외국인은 백인 또는 선진국의 외국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서구 남성이 그러한 역할을 주도한다. 최근 방영 중인 ‘물 건너온 아빠들’이란 예능프로그램은 얼핏 보면 가정에 충실한 신세대 이주민 남성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가정적인 백인 남성의 이미지는 자발적이고 독립적인, 즉 근대적이고 세련된 백인 남성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일조할 뿐이다. 대조적으로 대중매체는 동남아시아 이주여성을 부인과 며느리의 이미지로만 묘사한다, ‘다문화 고부열전’이나 ‘러브 인 아시아’ 같은 TV프로그램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이미지를 가족에 메어 놓는 데 크게 일조했다.

한국인 가족의 구성원으로만 존재를 인정받는 결혼이주여성의 이미지는 대중문화에만 반영된 것은 아니다. 결혼이주에 관한 정부의 이민정책 역시 체류자격과 국적취득의 권리를 한국인 배우자와 가족에게 종속시켜 놓았다. 그중 대표적인 정책은 결혼이민비자의 발급과 연장 시 필요한 배우자의 신원보증제다. 이 제도는 공식적으로는 2011년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배우자의 동의를 전제한다. 물론 배우자의 신원보증은 위장결혼과 같은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지만 동시에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을 혼인 여부에 결부시키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결혼생활이 끝났을 경우 체류 허가를 받기 매우 어렵다. 외국인인 결혼이주민이 이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결혼중단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결혼이민제도는 결혼이주민의 체류자격을 가족부양과 연계시켜 놓았다. 자녀 혹은 배우자의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면 체류연장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조항이나 이혼한 결혼이주민의 사회보장을 인정하지 않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런 제도는 결혼이주여성의 시민권이 한국인과의 결혼과 가족부양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결혼이주여성의 온전한 자리가 없다면 제대로 된 다문화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결혼이주여성의 시민으로서 권리를 내국인 배우자와 가족 부양의 역할에 종속시켜 놓은 정부 정책과 사회적 편견의 결과는 다문화 가정 내에 만연한 가정폭력의 현실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 조사대상자 가운데 무려 42퍼센트가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들은 일상적으로 언어적, 신체적 폭력 외에도 성적 학대와 경제적 갈취 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직면한 가정폭력은 단순히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과 사회의 시선은 결혼이주여성이 가난한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왔기 때문에 그렇게 대해도 좋다고 계속해서 말해 왔기 때문이다. 결혼이주여성도 엄연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그들에 대한 불합리하고 억압적인 처우를 외면한 채 다문화 정책을 떠들어 대면 무슨 소용인가? 이제라도 결혼이주여성의 처우를 개선하고 온전한 한국 사회의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시행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손인서
비정규직 박사 노동자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주민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불평등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출처 : 2022.7.19 가톨릭 뉴스 지금 여기 

*해당원본글 :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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